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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2004.08.15 레 [인도]

Soul Kitchen 2021. 3. 13. 01:41

줄레.. 다들 잘 지내시죠. 줄레는 여기 라다크 지역의 인사말입니다. 한국은 날이 많이 더울 텐데 여기 레는 고산지대여서 인지  많이 덥지는 않네요. 여기 인터넷은 최악입니다. 여러 번 시도한 후 겨우 글 남깁니다. 

스리나가르에서 레까지 오는 길은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해서 중간 도착 마을인 까길에 밤 10시에 도착. 마을의 분위기가 으스스했네요. 마치 공포영화의 세트장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숙소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런 게스트하우스에서 잠깐 몸만 누인 후 새벽 4시에 다시 출발해서 레에는 오후 3시에 도착했습니다.

소남마르그. 라다크 가는 길.
소남마르그. 라다크 가는 길.
검문소에서 긴 기다림. 라다크 가는 길.
라다크 가는 길.
조지 라. 죽음의 도로. 라다크 가는 길.
조지 라. 죽음의 도로. 라다크 가는 길.

몸은 말이 아니게 망가져 힘들었으나 기분은 아주 좋았습니다. 4,000m가 넘는 황량한 사막 산들을 따라 꾸불꾸불한 길을 덜컹거리면서 움직이는데, 버스 안에서는 몸이 춤을 출지언정 두 눈은 창밖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레 가는 길에는 보이는 게 군부대이고 만나는 게 군인들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검문을 이틀에 걸쳐 6번을 하고.. 한 번은 꼬박 4시간을 길 위에서 묶여 있기도 했습니다. 길이 상당히 위험합니다. 아슬아슬한 길의 저 아래에는 사고로 추락했음이 분명한 차의 잔해들이 가끔 보이는군요.

라다키 글씨. 경전. 티벳과 형제나 마찬가지.. 레. 라다크.

레.. 정말 멋있습니다. 온통 모래흙뿐인 사막 산들 사이에 푸른 나무가 있고 시냇물이 흐르며 멀리 산 위에는 만년설이 보입니다. 이런 척박한 땅에 사람들이 모여 삽니다. 여기 라다크 지방은 힌두교인이나 무슬림과는 다른 민족들이 삽니다. 라다키라고 불리는데 티베트 사람들과 거의 비슷합니다. 외모도 비슷하고 종교도 비슷한 불교여서 외지인들은 서로를 거의 구별할 수 없어 보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티베트 사람들과는 형제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으나 엄연히 다른 민족이라고 얘기합니다. 책 '오래된 미래'의 배경인 곳이기도 하죠.

레 왕궁.
남걀 체모 곰파.

운 좋게도 여기 게스트하우스는 너무 맘에 듭니다. 침대가 넷인 도미토리를 혼자 쓰다가 이시나라(이스라엘) 사람들이 때거지로 들어오는 바람에 지금은 주인아저씨 방에서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항상 안방처럼 지내던 거실을 이시나라 사람들에게 빼앗겨버리고 저는 완전히 여기 식구가 되어버렸어요. 가족들이랑 같이 밥도 먹고 TV도 같이 보고 귀여운 막내 꼬맹이 학교도 대려다 주고 가끔은 주인아저씨와 이시나라 사람들 흉도 보고 그럽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이시나라 여행자들. 심히 적응 안됩니다.

모스크 뒤의 무슬림 빵집.
올드 레에서 본 레 왕궁.

레 왕궁은 티베트 라사의 포탈라 궁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리틀 포탈라궁이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레 왕궁이 포탈라궁보다 50년 먼저 지어졌다고 하네요. 근교의 곰빠 몇 군데 천천히 돌아다녀 보고 멀리 나간 건 알치뿐이군요. 알치 가는 길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황량한 바위산들 사이로 난 도로 위를 조그마한 미니버스를 타고 갑니다. 돌아올 때는 한참을 걸어오다가 알치에서 다시 나오는 버스를 타고 옵니다.

스피툭 곰파. 
알치 가는 로컬 버스.
알치 가는 길.
알치 가는 길.

8월 15일 인도의 독립기념일입니다. 기념일에 맞춰 축제를 하는군요. 운동장으로 축제 구경하러 갑니다. 레에 사는 사람들은 다 모인 듯합니다. 학생들은 연극을 준비해서 공연하고,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지역 전통 복장을 입고 전통춤 공연을 합니다.

레는 다 좋은데 너무 건조해요. 이제 슬슬 마날리로 내려가야죠. 더 늦기 전에..

레 타운의 북쪽 머물렀던 힌주마 게스트하우스. 카주. 
 광복절 행사 중 만난 칼시 여인들의 전통 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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