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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라에서 바라나시 오는 길은 정말 죽음의 길이었습니다. 인도의 기차는 날씨가 추워지고 안개가 심해짐에 따라 최악의 길이 되었습니다. 바라나시 - 암리차르 기차 여행과는 달리 오랜만의 이번 기차는 최악의 경험을 만들어 주는군요. 아그라에서 바라나시 가는 28일 저녁 기차를 예약했으나 아무런 대책 없이 취소되었습니다. 기차역에서 밤을 꼬박 새웠는데 결국 그렇게 되는군요. 어렵게 환불을 받고 다시 29일 저녁 출발의 다른 기차를 예약. 급히 하는 거라 제대로 된 침대칸이 아닌 일반 제너럴 클래스뿐이지만 어찌 저찌 표는 구했습니다.
29일 저녁 아그라 역에 도착해서 저희를 싣고 출발해야 하는 그 기차는 30일 아침에서야 아그라에 도착했습니다. 또다시 밤을 기차역에서 꼴딱 새고 겨우 기차에 탑승. 이제라도 원래의 제 속도대로 운행한다면 12시간 후인 30일 저녁엔 바라나시에 도착해야 하는데.. 가는 도중에도 계속 연착하면서 하염없이 천천히 천천히... 안개가 너무 짙게 드리워져 한 치 앞을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지경이니 기차가 제대로의 속도를 내지 못하는 건 당연할 테지만.. 그래도 속이 문들어지네요. 천근만근 온몸의 뼈가 다 으스러질 판입니다.
처음 계획대로면 29일 아침에 바라나시 도착해야 하는건데.. 결국 해를 넘겨서야 바라나시 도착했습니다. 기차 안에서만 44시간 있었습니다. 2004년 1월 1일 새벽 네시 바라나시 도착. 지칠 대로 지쳐서 갠지스 강 가트를 걷고 있는데 기적적으로 강에서 배를 타고 있는 무리들을 만납니다. 참으로 희한한 인연들입니다. 안개 때문에 시야도 잘 보이지 않는데 배 위에서 저와 상태가 배낭 메고 걷는 모습을 발견했다니..
게스트하우스 체크인 하고 쓰러져 자고 싶었으나 새 해 일출 기념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잡니다. 저는 11월에 했으니 하지 않겠다고 우겼으나 분위기에 휩쓸려 결국 안개를 헤치고 추운 갠지스 강에 몸을 맡겼네요. 잊지 못할 경험이 되겠으나 참으로 추운 하루였습니다.
이미 여덟이었던 무리에 바라나시에서 또 인연이 된 친구 민수와 몇몇이 더 합세하여 이젠 축구팀 수를 가뿐히 넘어버렸습니다. 람나가르로 단체 엠티 가는 수준. 사르나트의 녹야원 한국 절에서는 오랜만에 콩비지 찌개 먹고 다들 배탈이 났습니다. 이건 뭐 기아에 허덕이던 난민들이 음식 허겁지겁 먹다가 탈 나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고..
바라나시의 근교인 사르나트는 불교 4대 성지 중 한 곳입니다. 부처님이 최초로 설법을 한 곳으로 초전법륜지라고 부르죠. 최초의 법의 수레바퀴가 굴러간 곳. 보드가야에서 다섯 도반들과 깨달음을 위해 수행을 하던 싯다르타는 무조건적인 고행을 잠시 멈추고 동네 처녀인 수자타가 공양한 우유죽을 먹습니다. 그 모습을 본 다섯 도반들은 싯다르타가 수행을 포기했다고 여기고 그를 떠나버리죠. 그 우유죽 이후 싯다르타는 수행에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고 중도의 개념을 시작으로 사성제와 팔정도를 정립. 떠났던 다섯 도반을 수소문하여 사르나트까지 찾아와서 그들을 만나고 제자로 받아들여 최초로 설법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한국 여행자들이 점령한 산카타 게스트하우스 옥상 식당에서의 닭볶음탕 파티. 하루 하루가 참으로 놀라운 일들의 나른한 여행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로컬 탈리 집을 발견. 아주 스페셜한 탈리가 800원이네요.
나오미는 꼴까따로 봉사 활동하기 위해 무리에서 따로 떨어지게 됩니다. 다들 해어지기 아쉬워합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해 광일, 상태, 청미, 에밀리는 고락푸르를 지나 네팔로 갑니다. 룸비니, 포카라, 카트만두.. 저는 출국할 예정이며 나머지 친구들은 다시 인도로 돌아와 델리에서 출국할 예정..
바라나시. Shanti Guest House. BHU. 람나가르. 사르나트. 아르띠 푸자. 고도울리아. 계속 흘러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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