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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리나가르 도착했네요. 델리에서 잠무까지 오는 길은 기차가 조금 연착되어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아침 7시쯤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도 여전히 기차 안에서는 저를 빤히 쳐다보는 인도인들에게 동물원 원숭이 노릇 충실히 했고 그 사이 잠깐 얘기를 나눈 친절한 한 아저씨의 안내로 기차역에서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버스 스탠드에 도착했습니다.
스리나가르로 가는 버스의 시간이며 가격을 알아보니 일반인들도 버스는 잘 이용하지 않더군요. 대신 정류장 앞에는 사람들이 모이면 바로 출발하는 Jeep이 여러 대 늘어서 있습니다. 가격을 물어보니 250 루피라는데 Jeep 탈 때 보니 일반 좌석이 아닌 짐칸 같은 뒷자리입니다. 앞에 앉고 싶다고 했더니 300루피를 내야 하고 이 차는 이미 앞자리가 다 차서 다음 차를 타던지 그냥 뒷자리 타라고 합니다.
가는 길에 소나기를 만납니다. 우기인지라 시원하게 내리는군요. 길게 하늘로 뻗은 침엽수림이 가득한 산 허리로 안개 같은 구름들이 지나갑니다. 창밖 길가에는 크리켓 배트를 진열해 놓고 파는 가게들과 공장처럼 보이는 건물들도 가끔 눈에 띕니다. 산이 많고 나무가 많으니 이쪽 동네가 인도에서는 크리켓 배트를 많이 제작하는 지역인 것 같아 보입니다.
인도에서의 크리켓의 인기는 직접 보지 않고서는 상상을 할 수 없지요. 도시건 시골이건 넓은 운동장이든 좁은 골목이든 언제 어디서나 크리켓을 하는 아이들 어른들을 보게 됩니다.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가대표 크리켓 경기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표팀 축구 경기만큼이나 중요한데요. 파키스탄과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전 인도인이 TV 앞에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합니다. 인도인들 말로는 호주가 가장 잘한다고 하는데, TV를 통해 크리켓 경기를 여러 번 봤지만 경기 규칙은 아직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8시간 정도 걸려서 스리나가르 도착. 스리나가르는 파키스탄과의 영토 문제 때문에 다들 말리는 분위기인데 막상 와보니 그다지 위험하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지금이야 이렇지만 언제 또 위험한 상황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요. 오는 길에 검문도 여러 번 하고 여권 비자도 여러 번 확인했는데 검문할 때마다 쓰라는 서류가 어찌나 많은지 조금은 귀찮기도 했습니다.
스리나가르 시내에 도착해서 오토릭샤를 타고 달 호수 쪽으로 이동한 후 시카라를 타고 이동하는데 시카라를 운전하는 무슬림이 자꾸 한 하우스보트로 가자고 호객행위를 합니다. 일단 따라가긴 했는데 여행자들도 하나 없고 썰렁해서 그전에 메모해 두었던 하우스보트로 갑니다. 한국인들이 여럿 머물고 있네요.
달 호수와 나긴 호수에 하우스 보트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하우스 보트는 영국 사람들이 초기에 토지를 살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배를 집으로 개조해 생활한데서 시작되었다는군요. 하우스 보트에서 지내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호수만 바라보고 있어도 너무 좋습니다. 시카라를 타고 호수 위를 지나다니는 무슬림들. 아이들은 시카라를 타고 학교에 가고 사람들은 시카라 위에 가판을 차려 장사를 합니다. 일종의 노점인 셈인데 상점에 가려해도 배를 타고 가야 합니다.
스리나가르는 말 그대로 인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면서 동시에 지상 낙원이라고 합니다. 도심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군데군데 초소를 만들어 경계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분위기가 험악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호수 쪽은 너무나 평화롭습니다. 날씨도 그리 덥지 않고 저녁엔 시원합니다.
하루는 종일 보트 유람을 했습니다. 호수에는 연꽃이 지천입니다. 호수 위를 미끄러져가는 시카라 위에 편히 누워서 음악도 듣고 잠깐 물에 몸도 담그고, 잠깐 싫증 나면 노도 저어 보고.. 물론 도시락도 싸가지고 가서 배 위에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밤 늦게는 직접 배를 저어서 별구경하러 갑니다. 하우스 보트 없는 조용하고 불빛 없는 곳에 배를 새워놓고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이란.. 어찌나 별이 많은지.. 글이 점점 보는 사람들의 염장을 지르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심히 죄송스럽습니다만 어찌하겠습니까.
여기 제가 머물고 있는 하우스보트는 가족이 운영합니다. 시카라 투어를 하는 “라자”는 주인아저씨의 사촌인데요. 라자에게 여기 스리나가르에 사는 무슬림들에 대한 얘기를 듣습니다. 그들은 인도에 살고 있지만 자신들은 인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군요.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무슬림이 많은 스리나가르 지역이 파키스탄 영토가 되지 못하고 힌두교 중심인 인도로 편입된 이유로 이 지역은 항상 종교 분쟁의 주 무대가 되어버린 거죠. 돼지고기와 술을 금하며 유일신인 알라를 섬기는 이슬람 문화와 소고기를 먹지 않는 그리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신들을 모시는 힌두 문화.. 이젠 전혀 다른 나라가 되어버린 두 나라입니다. 방글라데시까지 하면 세 나라군요.
물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다시 통일이 될 가능성은? 그렇게 되기는 아주 힘들 거라는.. 그리고 인도인이나 파키스탄인 모두 원치 않을 거라는 간단하지만 단호한 대답.
이슬람 문화에 대한 좁은 생각들도 조금은 누그러집니다. 종교든 인종이든 사람은 사람이라는 것. 다들 친절하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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