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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치트랄에서 페샤와르까지 미니버스 13시간. 페샤와르에서 4일. 그리고 여기는 다시 라호르.

페샤와르에선 칸톤먼트 지역에서 머물 수 없는 거 뻔히 알면서도 그 지역에서 머무르다 유치장 갈 뻔했습니다. 네팔의 파키스탄 대사관에서 파키스탄 비자를 받으면 비자 사증 아래에 칸톤먼트 지역에 머물 수 없다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특별한 지역이 아닌 것 같은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러려니 했죠. 그리고 페샤와르에서는 그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 듯 합니다. 결론은 호텔 주인과 경찰과의 모종의 합작품이었다는 생각입니다. 호텔 주인은 체크인 시 비자의 사증을 확인했으나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고 있다가 체크아웃 가까운 때에 경찰을 불러 위기감을 조성하여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이었죠. 지금이야 웃음 나오지만 그땐 분위기 살벌했습니다.

여튼.. 페샤와르에서도 여러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 가까이의 블랙마켓을 구경했는데 마켓이 정말 큽니다. 정부 통제 불가의 무법 지역 같은 곳입니다. 민간인들이 총 들고 있고 건 팩토리도 많고 하**가 벽돌 크기로 팔리고 담배도 싸고.. 블랙마켓 돌아다니다가 중고 카메라 파는 곳을 발견하여 속는 셈 치고 펜탁스 필름 카메라를 하나 샀습니다. 디지털카메라가 간당간당하거든요. 조리게 문제로 상태가 메롱입니다. 필름 한 통 찍어보고 현상 인화해서 괜찮으면 계속.. 아니면 그냥 그걸로 땡인 거지요.

페샤와르에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300만 명이 산다네요. 최근에 넘어온 사람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20년 전에 가족 단위로 넘어온 사람들이랍니다. 이젠 뭐 거의 파키스탄 사람들이죠.

이란 비자를 받았습니다. 이틀밖에 안 걸려 좋긴 한데 지정된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해야 합니다. 그들 말로는 간염 검사라고 하는데 혹자는 에이즈 검사라고도 하더군요. 아무튼 병원에서 받은 밀봉된 결과를 다시 이민국에 제출해야 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비자를 발급해 줍니다. 

페샤와르 사람들은 약간 보수적이고 훨씬 무슬림 주의적입니다. 그래서 라호르나 이슬라마바드 사람들을 싫어하죠. 초타 무슬림이라고 부릅니다. 조금 무슬림이라는 뜻. 라호르 사람들은 페샤와르 사람들을 불독이라고 부릅니다. 거긴 졸라 재미없는 동네라고 생각하죠.

파키스탄의 공식 언어는 우르두이지만 10개가 넘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기 때문에 같은 파키스탄 사람도 말이 안 통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정식 학교를 안다닌 나이 많은 사람들은 우르두 어를 할 줄 모른다네요. 라호르. 이슬라마바드 쪽은 생각도 꽤 자유롭고 남자들이나 여자들의 복장도 많이 자유로워 보입니다. 기도 시간 안 지키는 남자들도 많고 술 마시는 사람들도 많고, 여성은 차도르를 입지 않고 스카프를 두르는 사람이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페샤와르 쪽은 거리에서 여자들을 잘 볼 수도 없거니와 가끔 지나가는 여성들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완전히 검은색으로 가려서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남자들은 그런 지나가는 여자들을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하하.

거리가 온통 남자들의 세상. 법적으로 부인을 4명까지 둘 수 있고 다 같이 한 집에 살며 그들 말로는 가장 중요한 재산은 여자라는데.. 사진도 함부로 찍어서는 안 된다는군요. 우리나라 여자들이 이런 얘기 들으면 속 터질 얘기들이죠. 여성은 장거리 여행을 할 때 남자의 동행 없이는 안되며, 차 안에도 여성 좌석이 따로 있고, 식당에서도 따로 커튼 쳐 놓고 밥 먹습니다. 음.. 장거리 버스 타고 가다가도 시간 되면 꼭 멈춰서 기도합니다. 하루에 5번 기도를 한다는군요. 저는 그때를 이용해 담배를 피우죠.

라호르 정말 덥네요. 저번 주 섭씨 48도에 이어 조만간에 날씨 좀 더 더워지면 50도를 넘는.. 이런 날씨 상상이 가나요? 땀이 줄줄 흐르고 식욕부진. 두통. 짜증에 심하면 우울증도 걸리겠네요. 너무 더워 모기가 없다니 말 다했죠. 그러나 앞으로도 쭉 건강하게..

또 장거리 여정이 남았네요. 퀘타까지 기차. 그리고 국경까지 버스. 이란. 또 연락하죠. 수크리아..

무슬림 여인들.
사원의 첨탑에서 본 라호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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