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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2003.10.29 푸런의 집을 떠나 포카라 3

Soul Kitchen 2020. 11. 25. 23:53

여기 새벽 공기는 정말 상쾌합니다. 산과 산들 사이로 깔리는 운무는 마치 호수 같아 나룻배라도 저어야 할 기분이네요.

화장실이 없습니다. 다른 집들도 다 그런지 푸런집만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그냥 집에서 나와 가까운 숲으로 들어가 거기서 일을 봅니다. 자연 그대로네요. 저야 가져온 휴지가 있어서 그걸 사용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물과 손을 이용합니다. 생각해보면 휴지야 쓰레기가 되니 이 방법이 더 나을 듯싶기도 합니다.

씻고 아침을 먹습니다. 오늘 드디어 떠나는 날인데 기분이 참 묘하네요. 그동안 순간 순간 느꼈던 표현 못할 바로 그 느낌입니다. 동네 아이들은 여전히 아침부터 모여들었고 푸런 어머님은 많이 서운해하십니다. 하루하루가 그저 꿈만 같네요.

짐 싸고 있는데 갑자기 돼지 우는 소리에 나가보니 푸런의 아버지와 옆집 아저씨가 새끼 돼지 거세를 합니다. 거의 수술 수준이네요.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애들은 그런 제가 더 신기한가 봅니다.

10시에 출발. 왔던 길과는 다른 길로 갑니다. 왔던 길로 가면 내리막인데 이쪽은 다시 오르막. 푸런의 할아버지가 있는 마을을 들러서 잠깐 머무는데 할아버지는 하룻밤만 자고 가랍니다. 푸런도 오늘 가야 하고 물론 저도 푸런 따라가야 해서 아쉽지만 락시 한잔으로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출발.

버스 타는 마을까지 4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명절 연휴 마지막 날이라 포카라로 가는 버스들이 대부분 만원입니다. 지나가는 차를 잡아타고 가야 하는데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로 꽉 찬 버스들이 그냥 지나칩니다. 한참을 기다려 겨우 차 한 대 잡아 타고 가는데 정말 힘드네요. 발 움직일 공간마저 없는 좁은 통로에 서서 5시간을 가야 하니..

지나는 길의 고르카 마을의 전경.

중간에 잠깐 버스 지붕 위에 올라타고 가는데 너무 좋습니다. 차 안에서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다 보이네요. 그러나 그것도 잠깐 다시 다시 검문 때문에 버스 안으로 들어갑니다.

포카라에 7시 30분에 도착. 완전히 녹초가 되었습니다. 점심도 안먹고 줄곧 달려왔으니.. 모모 한 접시씩 먹고 시내버스를 타러 가는데 이른 시간인데도 버스가 없습니다. 몸도 피곤하여 택시를 타고 싶었으나 푸런이 그냥 걸어가자네요.

숙소 도착하니 제가 묵었던 방이 그대로 비어 있습니다. 제일 전망 좋은 방이죠. 다시 만나니 다들 반갑습니다. 희미하게 보이는 마차푸차레 산 위로 별들이 반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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