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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2003.10.26 푸런의 집 1

Soul Kitchen 2020. 11. 25. 23:37

막연히 바랬던 현지인 마을에서의 생활을 위해 출발합니다. 그저 처음 생각은 며칠 편히 쉬다가 오면 좋겠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알고 보니 엄청난 두메산골이네요.

저와 푸런, 그리고 푸런과 같은 마을 출신의 친구들 둘과 함께 포카라의 중앙 버스 스탠드로 갔습니다. 푸런이 가족에게 가져다 줄 생필품을 사는 동안 저도 조그만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다섯 시간을 가니 고르카 지역. 여기서 다시 산길을 걸어서 다섯 시간을 가야 합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들 많이 반가워합니다. 우리나라의 추석 분위기네요.

트레킹 루트도 아닌 현지인들만의 길이라 많이 힘들지만.. 겨우겨우 따라가니 한참 어두워진 후에야 푸런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들은 띄엄띄엄 있어서 마치 집들을 산 위에 뿌려놓은 듯 합니다. 정말 작은 산골 마을입니다. 전기도 안 들어와서 램프에 촛불이 전부네요.

마을의 풍경.
마을의 풍경.
지나치는 마을의 풍경.
지나치는 마을들의 풍경.

푸런의 가족들과 인사하고 함께 저녁 먹고.. 객지에서 일하다가 고향에 온 아들 챙기느라 부모님은 정신이 없습니다. 푸런의 아버지는 아들 하나 더 생겼다고 말씀하시네요. 어머니는 먹을거리를 자꾸 이것저것 내 오시는데 정말 추석날의 할머니와 같습니다.

착하게 살려고 노력해도 어느 순간엔 선하게 산다는 것이 참 힘들다는 생각. 과연 다람쥐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주위의 모든 불편한 것들을 못 본 척하면서 먹고 살 만큼만 벌어서 고만고만하게 산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될까요.

온 동네가 깜깜합니다. 하늘의 별들이 트레킹 중 본 어느곳보다 밝습니다. 은하수가 말 그대로 별이 흐르는 강입니다. 도저히 이 기분을 글로 표현할 수 없네요. 감히 이런 호사를 누릴 자격이나 있는지..

밤은 깊어가고 명절인지라 조용한 산골 마을도 술렁입니다. 락시 한잔에 몸도 취하고 마음도 취하네요. 별도.. 달도.. 바람도.. 나무도.. 깜깜한 밤에.. 초롱불도 흔들흔들 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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