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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2003.10.27 푸런의 집 2

Soul Kitchen 2020. 11. 25. 23:41

아침에 일어나니 온 마을 아이들이 마당에 집합해 있습니다. 이유는 오직 저를 보기 위함인 것 같네요. 움직임 하나하나가 다 신기한지 시선을 떼지 않습니다.

다들 제가 가지고 온 물건을 한번씩 만져보고.. 다친 곳 약 발라달라고 하고.. 두통약 달라고 하고.. 밥 먹는 것도 신기한지 계속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예 집에 돌아갈 생각을 않는군요. 애들 사진을 한장씩 찍어주니 무척 좋아합니다. 어차피 현지 친구들 보러 여기까지 온 저나 마을에 온 이방인 구경(?)하러 모인 아이들이나 마음은 매한가지겠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다리..
푸런의 고향 마을.

오전에 디카를 위한 의식이 준비됩니다. 디지털카메라가 아닙니다. 네팔에서는 디왈리 명절에 여자 형제들이 남자 형제들에게 이마에 디카를 찍어줍니다. 푸런의 여동생 둘이 아침부터 디카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네요. 붉은색 염료에 물을 섞어 물감 비슷한 것을 준비하고 여러 가지 음식을 가지런히 담아놓습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꽃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 푸런과 남동생이 두 여동생에게 차례로 이마에 디카를 받습니다. 덩달아 저도 함께 디카를 받았습니다. 오빠들의 객지 생활의 안녕과 평화를 위한 행사라고 하네요.

디카를 찍고 나서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찍는다고 하니 다들 단장하고 나오는데 두 여동생은 특히 신경 써서 교복으로 갈아입고 책과 필통을 들고 나옵니다. 예전 부모님들 시절의 사진이 나올 것 같네요.

점심을 먹고 푸런과 남동생이 이제는 결혼한 누나의 집에 디카를 받으러 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따라가기로 하고 함께 길을 나섰는데 그 길 또한 장난이 아니더군요. 어제보다 더 힘든 산길을 네 시간 동안 올라가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보다 더 힘드네요. 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남자들)도 다들 꽃 목걸이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애들은 물론 나이 든 아저씨들도 목에 하나씩 걸고 있네요.

도착한 푸런의 누님 집. 누님은 미리 남동생들에게 걸어줄 꽃목걸이를 준비해 벽에 걸어놓았습니다. 누님의 얼굴이 너무 좋아 보입니다.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애들이 저를 삼촌이라며 따르는 게 너무 기분 좋습니다. 저녁을 먹고 밤에 있을 댄스파티에 가자고 하는데 너무 피곤하여 그만두고 이층에 있는 작은 방에서 이불 펴고 눕습니다.

마을에서는 멀리 마나슬루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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