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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2003.10.08 Annapurna Circuit day 9

Soul Kitchen 2020. 10. 30. 16:51

Annapurna Circuit day 9.
- 쏘롱페디 베이스캠프 - 하이캠프.

오늘은 쏘롱페디 베이스캠프를 거쳐 하이캠프까지 갑니다. 여전히 이른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상당히 춥네요. 길은 강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조그만 나무다리를 건너 다시 기슭을 따라 올라갑니다. 보기만 해도 많이 위험해 보입니다. 멀리 능선에는 야크들.. 덩치는 크지만 생긴 모습은 귀엽습니다.

쏘롱페디 베이스캠프. 숙소도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포터는 여기서 머무르자고 하는데 일단 여기에서 머무르면 내일 많이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하이캠프까지 가면 하루에 무리하게 많은 고도를 오르기 때문에 고산증이 생길 가능성이 많아 오늘 밤이 힘들 것입니다. 고민이 되었지만 오늘 하이캠프까지 올라가기로 합니다.

하이캠프 가는 길.
쏘롱 라를 향하는 표지판.

베이스캠프까지 오는 길도 힘들었는데 하이캠프 가는 길은 말 그대로 고난의 길입니다. 끝없는 오르막길을 지그재그로 오르는데 숨이 턱까지 찹니다. 열 걸음 걷고 10분 쉬고.. 이미 4,500m까지 올라온 터라 평지를 걷는데도 숨이 차네요. 입술은 터지고 손은 장갑을 꼈는데도 춥습니다. 이미 선크림으로 얼굴에 도배를 하면서 올라왔는데도 햇빛이 너무 강해 검게 타고 갈라졌습니다.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설산들은 바로 옆에 있고 사진을 찍고 또 찍어도 그림이 매번 달라집니다. 힘든 중에도 열심히 찍습니다.

하이캠프 4,800m. 장난이 아니네요. 올라가보니 다들 내일을 위해 여기까지 온 트레커들로 바글바글합니다. 홍콩 부부도 다시 만났습니다. 이제 내일 여기서 2시간 30분 정도만 오르면 쏘롱라 고개입니다.

다들 이제 다 왔다는 생각에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뭔지는 정확하게 설명은 못 하지만 국적도 다르고 나이도 다들 다르지만 각자 따로 걷는 와중에도 하나라는 일체감 같은 것이 서로를 허물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장난도 치고 다들 싱글벙글이네요. 하이캠프 뒤쪽에 작은 언덕이 있어서 많은 트레커들이 숙소에 짐을 풀고 함께 올라갑니다. 여기서 보는 경치도 참 멋있습니다.

토롱페디 하이캠프.
하이캠프 뒤의 언덕.
해가 진 후의 하이캠프.

캠프에 늦게 도착한 한 독일인이 거의 실신 상태입니다. 이름을 물어봐도 답을 하지 못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해 다시 내려가야 할 상황인데 그 모습을 보고 나니 저도 다시 걱정되는 게 여기 하이캠프에서 자다가 고산증세가 갑자기 나타나 심해지면 침대에 토하고 한숨도 못 잔다고 합니다. 한 트레커는 고산증 때문에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길도 잘 보이지 않는 그 새벽에 뛰어 내려갔다고 하네요. 그러고도 진정되지 않아 쏘롱라 넘는 걸 포기했다고 하니..

내일은 아침 5시에 출발할 예정입니다. 쏘롱라 고개에는 오전 9시경에 바람이 매우 많이 분다고 하여 다들 이른 시간에 오르는 거라고 하네요. 2시간 30분 정도.. 그리고 묵티나트까지 내리막.

하늘의 별들이 아름답습니다. 바람은 한겨울 시베리아입니다. 중무장하고 나와 밤공기를 마셔봅니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하얀 것들이 몸을 감싸네요. 마치 이대로 하늘로 날아 올라갈 것만 같습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꿈만 같습니다. 돌아보면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즐거웠던 하루하루들.. 잊을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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