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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천천히 걸어도 체 20분이 걸리지 않으니 쉬포는 정말 작은 동네입니다. 여행자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은 거의 없고 시골 읍내 정도. 숙소는 두 곳이 있는데 거의 모든 여행자들이 찰리 게스트하우스에 머뭅니다. 어찌 보면 독점처럼 보일 수 있으나 워낙 경쟁력이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죠.

첫날은 동네 탐색. 천천히 걸으면서 분위기를 보는 거죠. 몇몇 서양 애들이 앉아 떠들고 있는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식당을 뒤로하고 마을 한쪽의 국숫집에서 샨 스타일의 국수 한 그릇. 저녁 바람이 감칠맛 나게 시원합니다.


쉬포에서의 둘째날.. 본격적으로 읍내를 벗어나서 트레킹 하기로 하고 첫 번째 목표로 온천을 택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준 지도를 근거로 호기 있게 출발했지만 마을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길이 없이 논밭을 가로질러 가야 하네요. 대충 방향이 어딘지만 아는 채로 논두렁을 걸어가면서 여기저기 일하는 분들을 만나 물어물어 대충 방향을 잡아서 계속 걸어갑니다. 논밭을 지나 개울을 건너 한참을 가도 길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거의 온천이 있을법한 지점까지 왔지만 어디에도 온천은 없습니다.

개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돌아내려 오는 중에 혹시나 해서 들여다본 곳에서 이런.. 바닥에서 물이 보글보글 쉼 없이 올라와 흐르고 있습니다. 찾았습니다. 물은 그리 뜨겁지 않았지만 확실히 온천입니다. 주민들이 흐르는 온천을 중간에 막아서 폭포처럼 떨어지게 해 놓았는데.. 목욕하기 딱 좋게 만들어 놓았네요. 산속인 데다 주위엔 아무도 없고 해서 그냥 시원하게 맘 편히 즐겼죠.

돌아오는 길에 한 오두막을 들렀는데 수박 과수원 일하는 분들이 점심도 먹고 쉬는 곳이더군요. 여기는 지금 한창 수박 수확철. 마침 점심 먹을 시간인지라 무턱대고 잡고 밥 먹고 가라고 합니다. 얼떨결에 함께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후식으로 수박까지..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해 거의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시골이라 외국인을 보기 힘든 데다가 요즘 미얀마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꽃보다 남자의 나라에서 온 한국인을 어찌나 친절하게 대해주시던지 참.. 결국은 염치도 없이 저녁까지 먹고 오게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1시간의 길이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저녁에는 숙소의 다른 여행자들과 로컬 식당에서 맥주를 마셨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했다는 캐나다인이 있어서 한참 동안 우리나라 얘기를 했네요. 시골의 밤이 깊어갑니다.

아침 공기가 상쾌합니다. 새벽 시장을 구경하고 돌아와 숙소에서 아침을 먹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원래 폭포를 걸어갈 생각이었는데 수퍼에서 장을 보고 있네요. 조금 좋은 위스키 한병, 맥주 열 병, 담배 한 보루, 그리고 간단한 안주거리와 노트북을 가지고 다시 오두막으로 향합니다. 점심을 다 같이 먹고 쉬는 동안에 흐르는 물에 담가놓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중국 무협 영화 한 편.

오후엔 짚을 묶는 일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른 저녁 식사까지.. 일 정리하고 함께 경운기 타고 쉬포 읍네까지 왔네요.
   
쉬포에서의 4일째.. 이러다간 쉬포를 떠나지 못하는거 아닌지.. 버스를 예약합니다. 쉬포에서 다시 만달레이까지 버스 6시간. 그리고 바간행 버스를 오후 5시에 타서 밤 12시에 바간 도착. 아침부터 밤까지 이동이었습니다. 한밤중에 도착하니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모르겠더군요. 정신없는 와중에 고른 숙소는 그린 헤븐 호텔. 에어컨 싱글 아침 포함 하루 7불 뭐 나름 괜찮네요.

이제 바간에서의 둘째날입니다. 정신없이 자고 일어나서 오전엔 낭유 동네 돌아다니고 환전도 하고 점심 먹고 오후에는 호스 카트를 타고 올드 바간을 돌아다녔습니다. 반나절 5불. 셋째 날은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미처 보지 못했던 올드 바간과 뉴 바간을 돌아다녔습니다. 다행히 날이 흐려서 덥지 않아 돌아다니기는 정말 좋았네요.

수많은 사원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습니다. 올라가본 사원들은 하나같이 좋았고 360도 위아래 어느 한 곳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같은 불교 사원이지만 또한 하나같이 다른.. 웅장하고 아름답지만 또한 외롭고 슬퍼 보이는 사원들.. 이렇게 많은 사원들을 지은 여기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뭐.. 종교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그 힘 뒤의 권력과 힘없는 이들의 고난도 생각했습니다.    

바간에서 껄로까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네요. 하루 한 대 에어컨 없는 로컬 버스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새벽 4시에 출발한다니.. 껄로까지 한 번에 가지 않고 중간의 메익틸라에서 하루 자고 가기로 합니다. 호수 있고 큰 시장 있고 그렇네요. 하루 자고 다음날 껄로 가는 버스를 탑니다. 6시간 정도.

껄로도 좋네요. 쉬포보다는 크지만 핀우린보다는 작습니다. 모든 게 다 적당해 보이는 딱 좋은 느낌. 미얀마에서 보기 드문 스타일의 바가 있어서 맥주 마시면서 미얀마 록 음악도 듣고 미얀마 정치 얘기도 살짝 듣습니다. 정부에 대한 불만은 많은데 시원스럽게 얘기하지는 않네요. 정말 맛있고 친절한 샘스 레스토랑.. 그리고 마을의 유일한 극장에서 보는 프리미어 리그 맨유와 첼시의 축구 경기.. 동네 주민들 그리고 스님들까지 오랜만에 극장은 대박입니다. 참 즐거운 순간순간들입니다.

본격적인 트레킹에 앞서 혼자 뷰포인트까지 걸어갔다 왔습니다. 사실 올때는 트럭을 얻어 타고 왔지만 말이죠. 뷰포인트까지 3시간 정도 걸었던 거 같네요.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네팔인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숙소와 식당이 있습니다. 뷰포인트라는 이름답게 경치가 장관이기도 했거니와 바람이 너무나도 시원하게 불어서 더 좋았네요.

진짜 트레킹 이야기는 다음편에.. 

Eric Anderson - She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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