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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얀마 이야기를 이제서야 전합니다. 게으름을 너그러이 이해하소서.

3월 4일. 인도의 꼴까따를 출발해 방콕에 들어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계획했던 대로 미얀마 여행을 위해 비자 먼저 준비했습니다. 미얀마 대사관은 실롬 쪽에 있더군요. 아침 일찍 택시 타고 가서 줄을 한참 선 후에야 입장했습니다. 이것저것 작성해서 접수하니 오전 11시쯤 끝나네요. 비자 기간이 입국일로부터 4주밖에 되지 않습니다. 어찌 좀 짧죠. 이틀 후 오후에 다시 와서 별 탈 없이 받았습니다.

비자를 받자 마자 카오산의 여행사에서 비행기표를 알아봤습니다. 미얀마는 육로로 입국이 되지 않거든요. 뭐 자세히 얘기하자면 육로 입국 가능하지만 그 경우는 제한적인 곳만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제대로 된 미얀마 여행이라고 할 수 없겠죠.

3월 21일 입국 4월 14일 출국. 25일 머무르는 스케줄로 방콕 - 양곤 왕복 비행기표를 구매했습니다. 미얀마 국적의 미얀마 항공이구요. 택스 포함 6,400밧이니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약 23만 원 정도네요. 독재 정권인 미얀마의 실정은 종종 들어 알고 있었지만 여행하기로 결정하고 여기저기서 찾아보니 참 심하네요. 그러나 한결같이 귀에 들리는 얘기는 그곳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입이 마르도록 그곳 사람들이 너무 좋다는 말들.. 어찌 기대되지 않겠습니까..

아침 일찍 공항으로 출발해서 겨우 한시간 비행에 양곤 도착했습니다. 공항에서 환전하지 말라는 얘기와 공항에서 택시 타지 말고 조금만 걸어 나가서 택시를 잡으라는 충고에 짐 찾자마자 바로 공항 밖으로 나갔죠.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시내의 슐레 파야 가자고 하니 10달러를 달랍니다. 5달러에 흥정하고 출발. 날씨 정말 덥네요.

한낮에 슐레 파야 도착해서 숙소 구하는데 땀 꽤나 흘렸습니다. 오키나와 게스트하우스, 화이트 하우스를 지나 대디스 홈에 짐을 풀었습니다. 싱글 에어컨룸 아침 식사 포함 6달러입니다. 일본과 미국을 지나 아부지 집에 머물게 되었네요. ^^

이제 환율 좋게 환전해 준다는 보족 시장의 타이거 현수막을 찾아갈 차례네요. 물어서 도착한 보족 시장 뒤편 오른쪽에 타이거 맥주 간판이 걸린 수퍼가 있더군요. 1달러에 995짯. 인도계 미얀마인들한테는 절대 환전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어서 환전하기 전에 접근하는 인도인에게 재미 삼아 환율을 물어봤는데 950 준다고 하더라구요. 역시 타이거 현수막입니다. 정보의 힘.

양곤의 구시가지는 슐레 파야(파고다. 절)를 가운데에 두고 도로가 바둑판처럼 되어있습니다. 주위는 거대한 상업지구이자 시장입니다. 주요 도로는 이름이 있고 간선 도로는 번호를 달아서 길찾기는 아주 쉽습니다. 첫날은 구시가지를 걸어 다녔습니다. 어차피 양곤은 나중에 다시 와야 하니 하루만 자고 다음날 만달레이로 이동하기로 하고 버스표 구매를 위해 또다시 기차역 앞의 아웅산 경기장 찾아가기. 가보니 여행사가 여럿 있더군요. 그중 한 곳을 골라 만달레이 가는 버스를 10,500짯에 예약했습니다.

저녁 내내 구시가지를 해매고 다녔네요. 인도계인들이 꽤 많습니다. 순간순간 여기가 인도인지 미얀마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점심은 태국 음식, 저녁은 인도 식당에서 비리야니. 아직 미얀마 음식은 먹지 못했습니다. 암튼 그렇게 미얀마에서의 첫날이 지나갔네요.

이틀째 날 체크아웃 하고 오후에 구시가지 돌아다니다가 시간에 맞춰 다시 여행사로 가서 합승 트럭을 타고 고속버스 정류장으로 갔습니다. 트럭 뒷자리에서 보는 양곤 시내가 정겹습니다. 버스 정류장이 꽤 멀었고(거의 1시간 걸림) 규모도 상당히 크더군요. 타야 할 버스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 걱정이 되었는데 친절하게도 합승 차 운전사가 안내해 주었습니다. 에어컨에 버스 상태는 아주 양호.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로 친절한 미얀마 사람들입니다.

이른 아침에 만달레이 버스 정류장 도착했습니다. 여기 버스 정류장도 시내에서 아주 머네요. 오토바이 택시로 왕궁을 지나 구시가지의 유명한 로얄 게스트하우스로 달렸죠. 방이 마지막 하나 남아있더군요. 모두들 참 친절합니다.

너무 더워서 한낮에는 도저히 움직이질 못하겠어요. 그래서 더위를 피해 미얀마 영화를 봤습니다. 우리나라 70년대 영화를 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합승 트럭을 타고 유명한 우베인 다리를 갔죠. 내려서 젊은 스님들 몇 분이 우베인 다리 쪽으로 간다길래 함께 걸어갔습니다. 영어를 잘합니다. 흔히 오가는 질문들 그리고 미얀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15분쯤 걸으니 큰 절이 나오고 거기서 조금만 더 가니 우베인 다리더군요. 오후 시간이라 절에서 하는 유명한 아침 공양은 보지 못했지만 다리는 걷기 좋았습니다. 큰 호수 위로 나무로 만든 다리인데.. 중간중간 쉴 수 있는 곳도 있구요. 호수도 멋있고 길게 구부러지는 다리 모습이 보기 좋네요. 다리 아래 호수에서는 몇 무리의 관광객들이 배를 탑니다.

다리 중간쯤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곳이 있는데 아래는 조그만 찻집이 있습니다. 내려갔더니 좀 전에 만났던 젊은 스님들이 부르더군요. 합석해 앉았더니 스님들이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권해서 한 잔 마셨더니 딱 막걸리입니다.

미얀마 스님들은 걷으로 보기에 참 자유로워 보입니다. 술 담배는 물론 고기도 먹으니까요. 하지만 세계 불교계에서 가장 파워 있는 나라는 당연 미얀마라는군요. 국력은 약하지만 말이죠. 독재가 워낙 심해 엘리트들이 마땅히 할 일 없어 스님이 된다는 말도 있고.. 어찌 보면 슬픈 일처럼 생각되지만 암튼 우리나라나 일본 불교는 명함도 못 내민다나 그렇습니다.
각국 나라의 스님들과 불자들이 미얀마를 정말 많이 방문합니다.

카메라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는데 다리 중간중간에 사진 찍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얼만지 물어봤더니 한장에 500짯. 사진 찍어 바로 현상해주고 우리나라 돈으로 600원이니 정말 싸네요. 한 사진사 아저씨랑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결국 다리 난간에 기대어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다리 위에서 여러 사람들과 얘기도 하면서 또는 혼자 거닐면서 석양을 보았습니다. 호수와 간간히 보이는 나무들과 갈대들, 나르는 새들, 소를 몰고 가는 할아버지와 꼬마들, 우베인 다리와 붉게 물든 석양. 편하다는 표현이 미얀마 여행의 키워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육체적인 편함이 아닌 정신적인 편함이겠죠. 인간적으로 몸은 좀 힘듭니다.

미얀마 여행 일정 짜면서 가장 끌렸던 곳이 쉬포(띠보)였습니다. 만달레이에서 쉬포를 향해 가다 보면 중간에 들르는 곳이 핀우린이구요. 만달레이에서 핀우린까지는 합승 트럭을 탔습니다. 합승 트럭은 자리가 많이 불편해서 보통 짧은 구간만을 운행합니다. 그나마 조금 비싼 앞자리에 타고 2시간 조금 넘게 달렸던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고불고불 산길을 지나 상당히 올라갑니다.

핀우린 도착하니 마치 경치 좋은 산간의 작은 도시에 온 듯한 느낌입니다. 예전 식민지때 건설된 더위를 피하기 위한 산간 휴양지였더군요. 핀우린은 선선한 날씨 때문인지 미얀마 관광객들도 꽤 보입니다. 길에는 관광객을 위한 마차도 보이구요.

유명하다는 공원이 있어서 찾아갔습니다. 입장료가 꽤 했지만 뭐 나름 한가로이 산책도 하고 좋았네요.

여긴 날씨가 많이 덥지 않습니다. 저녁엔 시원하기까지 하더군요. 시장 구경하는게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시장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환영받겠죠. 그동안의 다른 나라 시장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네요. 시장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 보면 자꾸 얼굴에 미소가 생깁니다. 기분 좋은 미소. 로컬 식당에서 미얀마 맥주도 한잔..

핀우린에서 쉬포까지는 버스로는 3시간 그러나 기차로는 6시간 걸린다는군요. 2등석 기차를 타고 달립니다. 앞자리에 호주에서 온 커플이 앉았네요. 정말 좁은 선로를 따라 산을 지나고 계곡을 지나 깍아지른 절벽 사이의 다리를 지나고 깜깜한 터널을 지나고 간이역에서 잠깐 내려 구경도 하고.. 선로 상태가 좋지 않아 앉아 있는 내내 마치 말을 타고 달리는 기분. 처음엔 좋았는데 나중엔 딱딱한 나무의자가 살짝 원망스럽더군요.

하지만 충분히 기차를 선택할 만한 이유는 있었습니다. 기차 안은 통로까지 꽉 차서 만원입니다. 그 어느 곳보다도 날것인 채로 숨기는게 없는 여기 사람들. 순박하다는 표현이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미얀마 현지인들과 부대끼다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마치 내가 아주 착한 사람이라도 된 것 마냥?

쉬포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넘었더군요. 찰리 게스트하우스 싱글 팬룸 아침 포함 4달러. 미얀마에 불친절한 게스트하우스는 과연 있는 걸까요? 쉬포 얘기는 다음 편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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