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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2010.04.14 인레. 양곤 [미얀마]

Soul Kitchen 2021. 3. 26. 11:49

껄로에서 인레 호수까지 2박 3일 트레킹을 했습니다. 하루에 평균 7시간 정도 걸었네요. 버스로 가면 딸랑 두 시간인 길인데 말이죠. 일행이 된 친구들은 폴란드인 둘과 아일랜드인 한 명. 그리고 저. 현지인 가이드 한 명. 요리사 한 명.. 이렇게 여섯 이서 출발했습니다.

산을 넘고 호수를 지나 마을도 만나고 시장도 구경하고 기찻길과 간이역도 지나고.. 진한 갈색의 밭들과 거기서 자라는 작물들.. 그것들을 정성껏 가꾸는 사람들.. 아이들은 신기한 듯 우리 일행을 졸졸 따라다닙니다. 날이 많이 더워서 땀을 비 오듯 흘렸네요. 그렇게 첫날 하루를 걸어서 작은 마을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습니다.

언덕 위로 해 지는 모습을 보면서 동네 아이들과 장난치면서 놀기도 하고 현지인의 가정 방문에 동네 아저씨들로부터 이곳 소수족들의 문화에 대한 여러 얘기도 들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난 후엔 트레킹 함께 하는 친구들과 여러 얘기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군대 내무반같은 큰 방 안에 촛불 켜 놓고 차 한잔씩 앞에 놓고 앉아 서로 지금껏 여행했던 이야기들과.. 프랑스의 앙리때문에 월드컵 진출이 무산된 아일랜드 이야기와.. 외국 친구들에겐 언제나 이슈거리인 남한과 북한의 문제와.. 파란만장했던 그리고 지금도 만만치 않게 파란만장한 한국의 현대사 이야기.. 쪽팔리지만 거지 같은 대통령 이야기.. 중국의 형편없는 여러 제품에 대한 이야기들.. 소박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둘째 날은 걷기 편했고 길도 아름다웠습니다. 끊임없는 능선을 넘고 넘어 밭을 가는 농부들과 학교에서의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수업과 시원하게 흐르는 개울들.. 한동안 정신없이 걸었던 길들.. 무슨 생각을 하면서 걸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지만 한번 걷기 시작하면 웬만한 의지로는 멈출 수도 없고 속도도 줄일 수 없는.. 이것도 나름의 병입니다.

둘째 날은 절에서 머물렀습니다. 노스님과 젊은 스님, 그리고 동자 스님 셋 이렇게 지내는 작은 절입니다. 미얀마는 절 안에서도 담배 피워요. 겉멋만 들어 규제만 많은 나라들과는 달리 쓸데없는 규제 없는 미얀마 최곱니다. 밤하늘엔 별들이 쏟아집니다.

셋째 날. 점심쯤 인레 호수가의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여행자 구역인 냥쉐로부터 한참 먼 아래쪽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입니다. 점심을 먹고 준비된 배를 타고 냥쉐까지 한 시간.. 생각했던 것보다 호수가 크네요. 집시 인 호텔에 짐을 풀고 동네 한 바퀴.. 그러다가 발견한 생맥주집에서 시원한 생맥주 한잔..

폴란드 친구들과 함께 인레 호수 투어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돌아보기는 힘들더군요. 수상 시장과 인데인 유적 그리고 여러 사원들과 몇몇 기념품 가게들.. 호수 위의 토마토 농장과 호수 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약간 상업적인 느낌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좋았습니다. 다음날 원래 계획은 자전거 빌려서 온천 가려고 했는데 주인아저씨 말씀이 보트 경기 축제가 있다는군요. 1년에 한 번이라는데..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모든 여행자들 신나서 다시 호수로 갔습니다. 사람들 정말 많네요. 방송국 사람들도 많이 보이구요. 다행히 전망 좋은 2층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으면서 여유 있게 축제를 구경했습니다.

한 배에 50명 정도인 팀이 10팀 넘게 토너먼트로 경기를 합니다. 여자 팀들의 경기도 있습니다. 마을 대항전인 듯 젊은 사람들은 거의 다 선수로 모였습니다. 인레 호수의 사람들 배 젓는 방법이 독특합니다. 손과 한쪽 다리를 이용해서 배 위에 서서 젓는데요. 직접 봐야 하는데 말이죠. 암튼 장관이었습니다. 이런 축제를 보게 되다니 운도 좋군요.

12일 아침 양곤에 도착해서 다시 대디스 홈 게스트하우스. 13일부터 신년 축제인 띤잔 축제입니다. 태국의 송크란과 같은 물축제입니다. 저녁엔 유명한 꼬치구이 거리인 19번 거리 차이나타운에 갔습니다. 장관이네요. 한 식당을 골라 테이블에 앉아 이것저것 주문합니다. 맥주도 한 잔.. 내일부터 새 해 축제이니 늦은 시간인데도 정말 사람들 많습니다.  

아쉽게도 비행기 스케줄때문에 띤잔 축제는 첫날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전에 슐레 파야 옆의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아무 버스나 탔습니다. 종점까지 쭉 갔는데 가는 내내 버스 안과 밖에서는 물 전쟁이었습니다. 버스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죠. 종점에서 내려 로컬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돌아오는 버스를 탔습니다. 여전히 축제 즐기기에 여념이 없네요. 대단한 정력의 사람들입니다. 힘이 남아도는지 지치지도 않는군요. 특히 인도계인 동네는 공포감까지 느끼게 합니다. 물세례를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이 더운 날씨에 덜덜 떨었으니 말 다했죠.

14일. 다시 방콕이네요. 더 머무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쉽습니다. 시간을 내서 꼭 다시 가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날씨 좋은 가을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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