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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2003.10.12 안나푸르나 라운딩 13일

Soul Kitchen 2020. 10. 30. 16:55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13일.
- 뚝체 - 코방 - 라르중 - 코케따니 - 깔로빠니 - 레테 - 가사.

마르빠 마을을 빠져나와 걷습니다. 일찍 출발한 건지 아직은 트레커들이 보이지 않네요. 걸어가다 보니 멀리 뚝체 피크가 보이기 시작하고 이어 도착한 마을은 산 이름과 같은 뚝체. 길가의 한 식당에 앉아 레몬티를 마시는데 그제서야 트레커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뚝체도 마르빠처럼 마을의 집들이 아름답습니다.

뚝체 마을을 향해..

이젠 마을들이 점점 가까이 있습니다. 풍경 또한 쏘롱 라를 오를 때와는 많이 다릅니다. 이쪽이 더 풍요로운 느낌이랄까.. 좀 더 여유 있어 보이네요. 넓은 논밭들도 많고 사과 과수원들도 많이 보이고 걸어 내려오는 내내 길도 편해 말 그대로 소풍 온 기분입니다.

코방에서는 거의 리조트 수준의 호텔을 봅니다. 마을들이 평화롭습니다. 새 건물을 짓느라 인부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마을의 꼬마들은 작은 책가방을 들고 학교로 향합니다.

뚝체 마을.

뚝체를 지나서부터 넓어지기 시작한 칼리 칸다키 강의 강폭은 코방을 지나 라르중에서 절정을 이룬 듯 보입니다. 어림잡아 100m는 되어 보이는 강폭이 계속됩니다. 여전히 강바닥을 걸어가고 있네요. 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강의 물살은 더 깊어지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숲은 이제 완연히 무성한 모습입니다.

꼬께따니 가는 길은 조금 힘듭니다.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다가 긴 출렁다리를 건너고 나서부터는 한참 오르막이네요. 그러나 며칠 전의 오르막과는 달리 발걸음이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꼬께따니 마을에 들어서는데 첫 번째 만나는 롯지에 '안녕하세요 어서오십시요'라는 한글이 적혀있네요. (정확히는 인녕하세요..입니다)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지나치지 못하고 들어갑니다. 꼬마에게 누가 쓴 거냐고 물어보니 아버지가 직접 썼다고 합니다.

밥을 맛있게 먹고 좀 쉬었다가 출발하니 1시간 거리라던 깔로빠니까지는 30분 만에 도착. 아직 1시도 안된 시간인데 깔로빠니에서 쉬면 내일 일정이 긴 여정이 되는지라 (온천 때문에..) 일찍 도착한 김에 계획을 수정하여 오늘 2시간 정도 더 가서 쉬기로 합니다.

꼬께따니 마을.

레떼를 지나 가사까지 가기로 하고 스케줄을 조정해 보니 넉넉히 계산해서 3시 30분 정도에는 가사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사를 향해 가는 길은 초반에는 좋았으나 나중에는 가파른 내리막길도 많고 길이 유실된 곳도 많아 힘드네요. 다른 트레커들은 깔로빠니에서 멈춘 듯 따라오지 않습니다.

깔로빠니 마을.

한참을 오르다가 트레킹 출발부터 같이 했던 프랑스 커플을 만났습니다. 그들도 오늘 가사까지 간다고 하고 그 후 앞으로 가는 길도 거의 같습니다.

가사 마을 진입해서 한참 걸었는데도 일행들은 계속 걷습니다. 잔디 깔린 롯지도 그냥 지나치네요. 다들 정해 놓은 롯지라도 있는 것처럼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걷고 포터인 비눗도 특별한 말 없이 계속 걷기만 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사에는 이글네스트라는 롯지가 유명해서 거기로 가는 거였네요. 도착하니 몇몇 트레커들이 이미 모여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마을들을 지나다 보니 게스트하우스도 트레커들이 많은 곳도 있고 별로 없는 곳도 있고 그렇네요. 무조건 새로 지어 깨끗하다고 해서 장사 잘 되는 것도 아닙니다.

가사 마을을 향한 이정표.
가사 마을.

낮엔 더웠는데 오후가 되니 꽤 쌀쌀해집니다. 여전히 샤워하고 동네 한바퀴.. 한 꼬마 여자애가 저만 다가가면 울어버립니다. 마치 귀신 보듯..

마을마다 애들이랑 놀다보면 시간이 어느새 어두워집니다. 대부분 순수하고 착해서 어울려서 잘 노는데 개중에는 돈을 요구하는 애들도 더러 있습니다. 사진 찍어달라고 하고서는 돈을 요구하는데.. 그럴 때면 안쓰럽다고 해야 할지.. 지금까지 트레킹 하는 동안에 했던 제 행동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잠을 자기 위해 침대에 누우니 마을에서 만났던 애들 얼굴들이 다시 떠오릅니다. 다시 만나면 기억할 수 있을지.. 다시 만날 수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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