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네팔

2003.09.28 카트만두 2

Soul Kitchen 2020. 10. 20. 13:09

9월 22일. 카트만두 시내에 있는 뿌라노 버스 파크 옆의 박타푸르 버스 스탠드에서 박타푸르 가는 버스를 탑니다. 뿌라노는 ‘오래된’이라는 뜻이고 대부분의 시내버스와 근거리 버스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정신없이 많은 사람들과 아무렇게나 주차되어 있는 오래된 버스들. 길가의 많은 노점상들. 젊은 차장들은 저마다 큰 소리로 행선지를 외치며 손님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꼬마에게서 해태 껌을 샀습니다. 다섯 개 들이 하나가 5루피. 포장지의 선명한 한글이 잠깐 저를 즐겁게 합니다. 씹으신 후 포장지에 싸서 휴지통에 버려주세요.

박타푸르까지의 차비가 겨우 10루피인데도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길 입니다. 열네다섯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이 차장인데, 작은 손에 각각 세로로 길게 접은 한 뭉치의 돈을 쥐고서 만원인 좁은 차 안을 돌아다니며 손님들에게서 차비를 받습니다. 중간중간에 여전히 검문을 해서 잠깐씩 멈춰 서기도 합니다.

박타푸르의 전통 건물. 
박타푸르의 아이들.
박타푸르의 작은 공연.
박타푸르 안의 공동 우물.
박타푸르 안의 기념품 가게.

박타푸르는 지금까지 돌아다녔던 몇몇의 곳과는 비교가 안 되는 큰 규모네요. 입장료도 750루피로 가장 비쌉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기도 한 이곳은 구도심 전체가 하나의 유적이다 보니 그 안에 호텔도 있고 식당도 있고 많은 기념품 가게들 그리고 주민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그 안에 존재합니다.

지금의 카트만두는 예전에는 세 왕조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하네요. 카트만두와 파탄, 그리고 박타푸르.. 그래서 각각의 옛 왕조의 궁궐이 있으며 광장이 있고 사원들이 있습니다. 카트만두 중심에서 가장 멀리 있어 교통이 불편한 박타푸르이지만 어찌 보면 도시 중심에서 떨어져 있어서인지 독특한 그들의 예전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입장하는 표를 구입하면 일주일 동안 이용할 수 있어서 박타푸르 안에서 며칠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9월 24일. 더친칼리는 게스트하우스의 야간 경비원인 친구와 함께 갔습니다. 거리가 멀어 여행자들이 그다지 많이 가지 않는 곳이라고 하는데 ‘칼리’는 시바 신의 부인 중 하나라고 하네요. 파괴의 여신으로 모셔지며 그런 이유로 힌두인들은 칼리에게 양이나 염소를 제물로 바칩니다. 카트만두 시내에서 버스로 2시간 30분 정도. 여전히 중간에 여러 번 검문도 하고 또한 버스가 고장 나는 바람에 잠깐 발이 묶이기도 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푸르릅니다.

벼가 자라는 논길을 걸으며 한국의 어느 시골에 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고, 신기하게 쳐다보는 맑은 눈의 아이들과 잠깐 놀아도 보고, 칼리 사원에서는 제물로 쓰이는 양의 피도 보았습니다. 한 사두는 저의 이마에 붉은 염료를 찍어 주고 실 한 가닥을 손목에 묶어 주었습니다. 여행 중의 저의 안녕을 기원한다고 했습니다. 티베트 절에서는 큰 불상을 보았고 초르텐과 마니차가 뭔지도 들었습니다. 카메라 때문에 노스님과 즐거웠네요.

더친칼리 아이들.
더친칼리의 사두.

모든 게 새롭고 낯설지만.. 또한 사람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면 결국은 다 같지 뭐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더친칼리에 갔을 때 거리에서 먹었던 빵 때문인지 복통 때문에 밤새 한 잠도 자지 못했네요. 30년 지내오는 동안 이렇게 지독한 복통은 처음입니다. 지사제를 줄기차게 먹었는데도 그칠 기미가 없어요.

9월 28일. 발라주의 뉴 버스 파크에 갔다 왔습니다. 내일 출발할 베시 사하르 행 버스 티켓을 예매하기 위함입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정신이 없는 중에 물어물어 겨우 티켓 예매하는데.. 나중엔 모든 일이 너무 쉽게 진행이 되니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과연 내일 버스가 제대로 출발하기는 하는 걸까..

Sam's Bar에 4일째 출근. 바 안에서 능숙한 솜씨로 칵테일을 만들고 있는 주인 여자는 독일에서 왔다고 합니다.
보드카콕 한잔을 손에 들고.. 시끄럽게 떠들며 술을 마시는 한 무리의 서양 여행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습니다.

728x90

'네팔'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3.09.30 안나푸르나 라운딩 1일  (0) 2020.10.30
2003.09.29 베시 사하르  (0) 2020.10.20
2003.09.20 카트만두 1  (0) 2020.10.20
2003.09.18 한국을 떠나 네팔  (0) 2020.10.20
2003.09.10 준비  (0) 2020.10.20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