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20 카트만두 1

카트만두. 9월 19일.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처음 눈에 들어온 풍경은 창문의 알록달록 꽃무늬 커튼.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와서 도시의 한쪽으로 멀리 보이는 스와얌부나트를 따라 무작정 걸었습니다. 올라가서 본 그곳은 아름다웠습니다. 네팔의 상징인 붓다 아이가 그려진 스투파와 바람에 펄럭이는 수많은 룽타들. 티베트 절 안의 스님들의 불경 소리. 그리고 한쪽 힌두 사원에서는 환자인 듯한 힌두교 신자들이 사제들의 도움을 받아 신에게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작은 박물관도 있고 전망대에서는 카트만두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네팔에 티베트인들이 정착해 살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많이 살고 있는지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스와얌부나트. 카트만두.

스와얌부나트에서 내려다 본 카트만두 전경.

파슈파티나트, 보더나트는 자전거로 돌아다녔습니다. 파슈파티나트에서는 죽은 이들을 화장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았습니다. 힌두교 사원은 외국인들에게는 개방되지 않아 들어가 보지 못하고 뒤쪽의 계단으로 올라가 많은 탑들을 보았네요.
보더나트의 규모는 놀라웠습니다. 많은 티베트인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수많은 룽타들과 그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아름다웠습니다.

보더나트. 카트만두.

보더나트. 카트만두.

트레킹 정보만 준비했지 사실 카트만두는 하나도 모르는데,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다 마음속으로 생각했지만 스와얌부나트에서 만난 꼬맹이들은 가이드랍시고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요구했고, 타멜에서는 구걸하는 여인에게 사기 아닌 사기를 당했습니다. 아기의 분유를 사주는데 20달러를 썼습니다. 티베탄 털모자도 다른 여행자가 산 가격의 10배가 넘는 놀라운 가격에 샀네요.

침대 위에서 잠깐 정신없이 지나간 오늘 하루를 생각해 봅니다. 제 자신의 멍했던 모습에 웃음도 납니다. 하지만 돈을 요구할 때의 꼬맹이들의 눈이 저의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친 자식도 아닌 갓난아이를 빌려 등에 업고 여행자들에게 구걸하는 젊은 여인. 그 여인들과 한패가 되어 분유를 비싸게 파는 슈퍼 아저씨. 그 분유는 다시 슈퍼의 진열장으로 돌아와 또 다른 여행자들의 돈에 팔린다고 했습니다. 구걸했던 그 손에 의해 다시 진열장으로..

9월 20일.
새로운 아침.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번다 때문에 오늘까지 버스가 다니지 않네요. 택시와 릭샤는 그다지 타고 싶은 생각이 없었으므로 카트만두 시내를 한번 걸어보기로 마음먹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번다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차가 많지 않아서인지 다들 걷는 사람들 뿐. 코카콜라와 펩시 광고의 물결이 마음 한편을 쓸쓸하게 합니다.

파슈파티나트. 카트만두.

파슈파티나트 화장터. 카트만두.

파슈파트나트. 카트만두.

무작정 걷다가 어제의 파슈파티나트 앞까지 와버렸네요. 이왕 다시 온 김에 어제 보지 못했던 곳까지 천천히 돌아다니기로 합니다. 화장하는 시신도 가까이에서 봅니다. 그리고 한쪽 건물의 많은 사두들.. 수행자가 아닌 마치 행위 예술하는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저에게 사진 찍는 것을 조건으로 돈을 요구했습니다.

낯선 거리에 앉아서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네팔 사람들 쳐다보기.. 번다 때문인지 타멜의 모든 가게는 문을 닫았습니다. 떠나오기전 인터넷에서 보았던 휘황찬란한 타멜의 밤거리는 온데간데없고 바람만 휑하니 붑니다. 저는 아직 제가 여기 와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