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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2003.09.18 한국을 떠나 네팔

Soul Kitchen 2020. 10. 20. 12:55

한국을 떠나 네팔. 짐도 많은데 비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다들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버스를 타고 겨우 30여 분. 먼 거리에 비하면 너무 짧은 시간이네요. 마음속으로는 더 길었으면 하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착해서 이것저것 수속을 마치고 여기까지 함께 와준 친구들과 사진도 한 장 찍고 어색한 인사를 하고 포부도 당당하게 입국 심사대로 입장했으나 큰 짐에 부쳐야 할 다용도 나이프와 손톱깎이가 문제였습니다. 직원은 포기하던지 아니면 다시 나가서 화물로 부치라는데..

그렇지 않아도 정신없는 와중에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나갑니다. 포기할 수는 없으니 조그만 봉투에 짐을 추가로 부치고 입국 심사를 다시 합니다. 시간은 충분한데도 걸음은 빨라지고 덩달아 마음도 급해지네요. 아침 9시. 홍콩으로 출발하는 아시아나 비행기 탑승. 비행기 내에 들어서 자리 찾아 앉으니 이제야 안정이 되는 듯 이른 아침부터의 몇 시간이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홍콩. 처음으로 밟아 보는 다른 나라의 땅. 밖에 나갈 시간이 되지 않아 공항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특별히 할 일 없어 스모킹 룸 왔다 갔다 하다가 스타벅스에서 빵 쪼가리에 커피 한 잔 마시고 진열대에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는 홍콩 관련 홍보물 뒤적거리기도 하고 가방을 끌고 메고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쳐다보기도 합니다. 웃는 사람들. 피곤해 보이는 사람들. 한쪽에는 검은 옷의 무슬림 여인들이 바닥에 모여 앉아 있습니다. 모두들 어디로 가는 걸까요. 다시 보딩 패스를 받고 로얄 네팔 항공을 타러 갑니다. 그런데 네팔행 비행기가 연착하다니..

나마스테.. 사실 기내에서 많이 불안했습니다. 하필 앉은자리가 비행기 날개가 보이는 창가였는데 어찌나 불안하던지.. 기내는 이건 뭐 완전히 시장터 분위기이고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듯한 승객들.. 도착할 즈음 기내에서 보이는 카트만두 시내의 야경이 아름답습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 공항 도착. 국제공항이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하지만 여하튼 무사히 도착했으니 일단 입국 수속을 마치고 비자 발급받고 환전 조금 하고 짐을 찾으러 갑니다. 큰 짐은 바로 찾았는데 나이프와 손톱깍기가 들어있는 작은 짐이 또 말썽이네요.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 찾아 공항을 빠져나오니 여기 네팔은 이제 한밤입니다.

카트만두는 오늘부터 3일 동안 번다(동맹휴업) 기간입니다. 한국에서부터 미리 알고 왔지만 다른 나라의 파업 분위기까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니 한밤에 도착한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 모두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200 루피면 타멜까지 간다던 택시비는 한 사람당 10달러를 달라고 합니다. 10달러면 720루피인데.. 고민했으나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을 하고 택시를 한 대 잡아 올라타려고 하니 한 꼬마가 다가와 저쪽에 타멜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네요.

그쪽으로 꼬마를 따라가 보니 버스 안은 이미 여행자들로 만원이었고, 겨우 비어있는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니 운전사는 버스비로 5달러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꼬마가 요구한 1달러까지.. 역시 공짜는 없군요. 타멜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본 카트만두 시내의 밤 풍경은 험악했습니다. 여기저기 무장한 군인들과 탱크들을 보며 여행자들은 다들 할 말을 잃어버린 듯 조용합니다.

타멜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긴 했으나 어찌할 줄 몰라 다시 한번 헤매는데,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드는 네팔인들 때문에 잠깐 긴장했습니다. 미리 알아둔 게스트하우스까지 안내해 준다던 사람은 엉뚱한 숙소의 삐끼였고, 그곳까지 따라갔지만 결국 다시 나옵니다.

처음인 곳인데다가 시간도 늦었고 혼자 배낭 메고 다니면서 숙소 찾는 것도 힘들어서 사이클 릭샤를 타고 물어 물어 네팔 짱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주인인 산적 누님과 인사하고 씻고 짐 대충 정리하고 나니 이미 밤 12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한국과 네팔의 시차 때문에 고생한 저의 3시간 15분이 사라졌네요. 그 대신 네팔에서의 새로운 3시간 15분을 벌었습니다.

창문을 열다가 작은 도마뱀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벽에 붙어 있습니다. 혼자 있는 방에 친구라니.. 네팔 도착해서 만난 첫 번째 현지 친구네요.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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