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인도

2006.03.24 델리 [인도]

Soul Kitchen 2021. 3. 24. 12:19

나마스떼.

안녕하세요. 바라나시를 떠나 여기는 델리입니다. 참 인연이라는 게 질기고 질긴 것이 언제나 떠날 때면 많은 사람들과의 정들이 눈앞을 가로막는군요. 바라나시에 오래 머물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너무나도 좋은 친구들. 기차 안에서 보라며 적어준 메모를 술에 취해 멍한 눈으로 읽으며 생각한 건 아마도 사람이 사람을 위한다는 아주 간단하지만 아주 어려운 사실이었을 겁니다.

밤 12시 30분 기차를 예매해 놓고 12시까지 송별의 술을 마셨습니다. 아쉬쉬가 오토바이로 기차역까지 태워다 주었구요. 술도 취하고 잠도 오는 정신없는 와중에 기차는 새벽 3시가 되어도 안 오더군요. 다른 때 같았으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그날은 정말 기다리기 힘들었습니다. 기분도 기분이려니와 너무 피곤해서..

여전한 가트 풍경.
갠지스를 향해 내려오는 순례자들.
바라나시의 흔한 축제의 모습.
바라나시의 흔한 축제의 모습.

음.. 홀리 축제때에는 저녁에 '빈디아찰'이라는 유명한 사원에 갔었습니다. 한 달 전에도 갔었는데, 그땐 밤 10시부터 2시까지 4시간 동안 맨발로 순례를 했었습니다. 발바닥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메인 템플만 보고 투어리스트 방갈로에서 술을 마시며 홀리 축제를 즐겼죠. 여기 사원은 '마하마야'라는 신을 모시는 곳인데, 인도 친구의 얘기로는 모든 신들의 어머니라는군요.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은 없었구요. 그동안 봐왔던 사원과는 많이 다른 독특한 사원이었습니다.

그리고 홀리는 그야말로 공포라 할만했습니다. 축제가 끝난 거리는 마치 전쟁직후의 모습 그것과 다름없었고,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많은 인도인들은 거의 통제 불가능처럼 보였습니다. 일 년에 며칠이라고 생각하면 봐줄 만하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너무 심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라가 식구들, 산카타 식구들, 그리고 그 외 이름도 다 열거하지 못할 만큼 많은 사람들 다시 보고 싶습니다. 바라나시의 가트들과 미로 같은 그러나 이젠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버린 좁은 골목길들.. 수많은 이름 없는 사원들과 그리고 강 건너편으로부터의 일출. 거리의 릭샤왈라들과 강가의 보트 왈라들.. 사두들.. 소들.. 거리의 쓰레기들..

아쉬쉬가 파키스탄에 있는 유명한 힌두 템플의 이름을 적어주었습니다. 자신은 갈 수 없으니 만약 그 사원을 찾게 되면 자신과 많은 친구들의 안녕을 기원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자신이 '빈디아찰' 사원에서 저의 안녕을 큰소리로 기원해 주었듯이 말이죠.

한밤의 화장터. 바라나시.

봄이 언제였냐는 듯 여긴 벌써 여름입니다. 아마 봄이 없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델리에 사는 인도인 친구의 가족들은 잘 지내고 있고, 그동안 식구가 하나 늘어 예쁜 딸 때문에 마노지는 연일 싱글벙글입니다. 건축 자재 관련 사업을 하는 마노지는 요즘 델리의 건축 붐 때문에 많이 바빠 보기 좋았습니다. 차도 한대 새로 뽑았더군요. 코넛에서 술도 한잔 하고, 아기 사진 찍어서 시디도 구워주었습니다.

즐거운 와중에 이제 다시 혼자이고.. 밥도 혼자 먹고.. 내일 모래 또다시 혼자 기차역에서 암리차르 가는 기차를 기다리겠죠.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파키스탄에서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728x90

'인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11.28 바라나시 [인도]  (1) 2021.03.26
2008.07.19 델리 [인도]  (1) 2021.03.26
2006.02.04 바라나시 [인도]  (0) 2021.03.24
2005.11.25 바라나시 [인도]  (0) 2021.03.14
2005.11.22 바라나시 [인도]  (0) 2021.03.14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