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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로를 헤맵니다. 이렇게 지독스럽게 복잡한 도시는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정신없이 헤매는 동안 제 머릿속도 함께 비어 가는 느낌이네요. 어느 순간 나..라는 존재는 이미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저 화장터의 한 줌의 재인지.. 강가를 흘러가는 한 잎 꽃인지.. 거리에 흩날리는 보이지 않는 먼지인지..
여전히 일출을 보고 가트를 걷고.. 바나라스 힌두 대학의 사원과 람나가르 성과 강 건너의 화장터까지.. 강 건너의 풍경은 많이 다릅니다. 조용하고 평화롭습니다. 여행자들이 적어서인지 외국인 여행자를 대하는 이곳 사람들의 태도도 많이 다릅니다.
우체국. 쇠로 된 회전문을 지나 우체국 앞마당. 자고로 엽서는 우체국 계단에서 쓰는 것이지요. 한국으로 몇 편의 엽서를 보냈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삶의 냄새로 진동하는 도시. 그러나 모든 힌두인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도시. 거리는 릭샤들과 사람들의 행렬로 정신없습니다. 다들 델리로 아그라로 자이푸르로... 각자의 여행길을 떠나는데 저는 아직 움직일 수 없네요. 아마도 움직일 힘을 얻지 못했을 겁니다. 아직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했기 때문인지.. 어찌 이리 마음이 심란할까요..





가끔 릭샤왈라의 목을 볼 때면 울컥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컥하는 느낌입니다. 빈민가의 삶을 포기해버린 듯한 흐릿한 눈동자들을 봅니다. 그저 거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많은 사람들.. 그들의 눈들.. 아무런 희망이나 기대를 아마도 가져보지 못한 듯한 거리의 아이들.. 누더기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해진 옷을 입고.. 갈라진 맨발로 천천히 걷는 사람들.
저는 지금 같은 거리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그들의 속도에 맞춰서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또 한 구의 시신이 버닝가트를 향하고 있습니다. 스리 람 람 사뜨 해.. 신은 진실합니다.. 이제.. 어디로든지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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