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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라맛 파기.. 안녕하세요.. 인도네시아.. 더군다나 유명한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술라웨시 섬이어서인지 인터넷 하기가 힘드네요. 무선 인터넷은 꿈도 못 꾸는 상황입니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와는 많이 다릅니다.

멜라카에서 쿠알라 룸푸르로 돌아온 후 쿠알라 룸푸르에서 이틀을 더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10월 6일 드디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의 마카사르행 비행기를 탔죠. 술라웨시는 인도네시아에서 세 번째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섬이랍니다. 독특하게 구부러진 K자 모양입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늦은 오후인 데다가 시내에서 25km나 떨어져 있습니다. 공항버스도 없고.. 그래서 공항에서 나가서 대중교통 수단인 페테 페테(미니 버스)를 이용하려고 알아보니 당연히 택시 기사들은 택시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때 한 가족이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간다고 따라오라고 하네요. 공항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나가니 번화한 거리가 나옵니다. 셔틀버스는 거기까지.. 거기서부터는 미니 버스를 타고 갑니다.

미니 버스에 앉아 가족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일인당 3,000 루피이니 400원 정도 하는 가격이네요. 여튼 여기까지는 잘 됐다 싶었는데.. 가족 중에 아저씨가 시내 어디로 가느냐 호텔은 어디냐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버스가 시내 번화가까지 가기 때문에 거기서 내리면 가깝다고 하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내리라는 곳에 내려서 운전기사에게 3,000 루피를 건네니 운전사 아저씨 왈 12,000 루피를 내랍니다. 이건 또 무슨 시추애이션인고? 알고 보니 가족의 요금까지 저더러 내라는 거였네요.

도착하기 전에 가족의 아버지와 운전기사간에 어떤 모종의 합의가 있었나 봅니다. 그 가족은 무슨 생각으로 자기들의 요금까지 저에게 내게 하자는 생각을 했을까요? 친절한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움을 주었으니 자기들 요금까지 내라는 건가.. 순간 어이없었지만 큰돈 아니니 그냥 내주자 생각하고 12,000 루피 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운전기사가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많아서 가족에게 가격을 물어본 건데.. 운전기사는 미안하다는 듯 웃고 있고 가족은 뻔뻔하게 제게 돈을 내랍니다. 여행 중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요. 마카사르의 첫인상은 이랬습니다.

어느덧 해는 벌써 지고 숙소를 알아보는데 거의 근처까지 갔는데 찾을 수 없더라구요. 지나가는 베짝(오토바이 릭샤) 기사에게 물어보니 데려다준다고 무조건 타랍니다. 그때 가이드북에 주소가 있을 거라는 게 생각나서 찾아보니 번지가 있더군요. 번지수로 찾으니 바로 옆입니다. 이 짧은 거리를 베짝을 타라니.. 베짝 아저씨가 걸어가는 저를 따라 호텔까지 옵니다. 이미 어두운 밤에다가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고 짐은 왜 이리 무거운지.. 애라 모르겠다 체크인합니다. 베짝 아저씨는 리셉션 카운터에서 웃으며 TV를 보고 있네요.

일단 샤워 하고 밖으로 나가 간단히 나시 고렝 한 그릇에 아이스 티 한잔 마시고 항구 쪽을 걸었습니다. 밤이어서 그런지 특별한 건 없고 가끔 보이는 오토바이 커플만이 바닷가에 앉아 데이트를 즐기고 있습니다. 하루가 이렇게 길 수 있다니 참으로 까마득합니다. 마카사르는 그다지 정이 가지 않는 도시네요. 하긴 어디나 큰 도시는 이렇죠.

다음날 아침 무조건 체크아웃하고 버스 터미널로 갈 요량으로 미니 버스 타는 곳으로 걸어가는데 여기 사람들 정말 헷갈리게 하는군요. 이리 가라 저리 가라 도대체 어디로 가야 미니 버스를 탈 수 있는 건지.. 전부 다 말이 다릅니다. 물어물어 겨우 미니 버스를 찾아서 터미널로 향하는데.. 미니 버스에 함께 탄 아주머니들과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한 아주머니가 어디로 가냐고 물어봅니다. 란테파오 가는 버스 타러 터미널 파나이캉 간다고 하니.. 이번엔 란테파오 가는 버스는 터미널 파나이캉에서는 없다고 그러네요.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인지.. 가이드북도 그렇고 호텔 주인도 거기서 버스를 타라고 했거든요. 그럼 어디로 가야 하냐니까 무슨 무슨 버스 터미널로 가랍니다. 거기는 어떻게 가냐니까 다른 미니 버스를 타라네요. ㅎㅎ

리타 버스 터미널 도착. 버스 회사 전용 터미널입니다. 결국 해냈습니다. 12시쯤 도착했는데 버스가 1시 출발이랍니다. 8시간 걸려서 저녁 9시쯤 란테파오에 도착할 거라는군요. 9시면 괜찮을 것 같아서 타기로 했습니다. 간단히 점심 먹고 출발. 하지만 중간에 버스가 고장 나는 바람에 란테파오에 밤 12시 도착. 로컬 버스도 아니고 가장 좋다는 A/C 리타 버스였는데.. 아이고..

거기다가 추적추적 비까지 옵니다. 어렵게 찾아간 게스트하우스는 이미 문을 닫았고.. 겨우 문 열려있는 곳 가니 이것밖에 빈 방이 없다고 정말 형편없는 방을 보여주네요. 너무 늦어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그냥 하룻밤 자고 내일 다른 곳을 찾아보자 생각했지요. 씻지도 않고 그냥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배낭 여행자들에게 나름 유명하다는 곳으로 옮겼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말을 걸어오는데 결론은 다들 트레킹 가이드랍시고 터무니없는 가격의 돈을 요구하는군요. 그냥 빨래 좀 하고.. 시내 돌아다니고.. 하루 종일 쉬었습니다.

바투투몽아.
바투투몽아 마을의 아이들.

다음날은 혼자 트레킹을 해 볼 요량으로 미니 버스를 타고 볼루까지 가서 거기서 트럭을 얻어 타고 팡글리라는 곳까지 갔습니다. 거기서부터 걷기 시작했는데 주위의 풍경이 정말 좋네요. 사진 찍으면서 한참을 걷다가 쉬다가 하면서 가는데 갑자기 비가 와서 큰 마을까지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가다가 비가 멈춰서 다시 걸었습니다. 도착한 바투투몽아는 나름 이 동네에서 지대가 높은 곳이어서 전망이 아주 좋았습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티깔라를 지나 란테파오 시내까지 걸어 내려왔습니다. 이 지역의 전통 칼을 만드는 공방도 구경하고 계단식 논에서 일하는 농부들도 보고.. 이 동네 스타일의 무덤들도 보고 특이하게 생긴 전통 가옥들도 구경합니다. 강에서 수영하는 아이들.. 가끔 교회들도 눈에 띄는군요.

다음날은 란테파오에서 2km 떨어진 볼루에 큰 장이 선다고 해서 갔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큰 장이네요. 없는 게 없습니다. 한쪽은 버팔로와 돼지를 거래하는 장인데 엄청난 수의 버팔로들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가이드북에서 언뜻 읽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오직 버팔로만 있으면 행복한 것처럼 보인다는.. 아마도 맞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커피 파는 곳도 많았습니다. 술라웨시 커피도 유명하다는데.. 전 커피는 잘 모르는지라.. 하긴 자바 커피도 유명하죠. 

버팔로 시장. 볼루.

오후 3시 4시쯤 되면 어김없이 비가 쏟아지네요. 우기가 곧 시작되는 때라고는 하지만 이 동네는 특히나 비가 많이 온다고 합니다. 이곳은 우기 건기가 따로 없다는군요.

타나 토라자 지역의 가장 유명한 것은 독특한 장례 문화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천국에 가야 하는데 타고 갈 것이 필요하다는군요. 버팔로를 죽여서 망자의 영혼이 버팔로의 영혼을 타고 천국으로 간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장례식 때 버팔로를 죽입니다. 제물로 쓰이는 버팔로의 수는 재력과 비례한다는군요.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그의 모든 가족이 장례식에 참여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는군요. 만약 아들이 멀리 큰 도시에 나가 있으면 그가 올 때까지 시신을 집에 미라처럼 그대로 둔다고 합니다. 또한 버팔로를 살 돈이 없으면 그 돈을 벌어서 마련할 때까지 장례를 미룬다는군요. 그래서인지 인도네시아 휴가철인 7월 8월에 장례식이 많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멀리 있는 가족들이 따로 휴가를 내서 장례에 오기 힘들어서겠죠.

장례식에서 만난 사람들.

장례식이 열리는 곳에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는 스위스 커플과 함께 갔습니다. 처음엔 오스트리아 아줌마와 덴마크 친구까지 다섯이서 가이드를 함께 고용해서 갈 생각이었는데.. 둘이 가지 않는다는 바람에 가이드를 포기하고 우리끼리 직접 찾아가기로 했죠. 찾아가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길은 의외로 쉬웠습니다. 지도를 참조해서 미니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트럭을 얻어 타고 도착한 장례식장은 산속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넓은 광장에는 스무 마리 넘어 보이는 버팔로들이 묶여 있고 그 주위는 광경을 볼 수 있게 관람석처럼 되어있습니다. 도착하니 한쪽으로 안내해 주더군요. 할머니의 장례식이었는데 돌아가신 지 3년 만에 드디어 장례식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버팔로를 죽이는 방법은 아주 잔인했습니다. 큰 칼로 단숨에 목을 그어 피가 쏟아집니다. 죽을 때까지는 30초 정도..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소리를 지릅니다. 처음에 두 마리를 죽이고 나서 가죽을 벗깁니다. 점심을 준비하는 거라는군요. 바로 잡은 버팔로를 요리하고 한쪽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카드놀이 비슷한 것을 하고.. 버팔로 고기를 밥과 함께 먹습니다. 장례 상주의 아들이 화물선에서 일하는데 한국에 몇 번 갔었다는군요. 저를 반가워합니다. 그래서 스위스 커플과 그곳에서 만난 프랑스 아저씨와 상주의 가족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조금 전에 우리 시선으로 보기에는 잔인하게 죽은 그 버팔로 고기인데.. 뭐 그냥 그들식으로 손으로..

점심을 먹고 본격적인 버팔로 죽이기가 시작됩니다. 너무 잔인해서 두 번째부터는 제대로 보지도 못했습니다. 정말 독특하다고밖에 다른 표현이 없는 상황이네요. 장례가 끝나면 시신은 산속 깊은 곳 정해진 곳에 그대로 풍장을 합니다.

다음날 혼자 란테파오 남쪽을 트레킹 하려고 미니 버스 타고 갔다가 의도하지 않게 다른 장례식장을 또 보게 되었네요. 저번의 곳보다는 작은 규모이지만 한결 차분한 모습입니다. 장례식 보고 난 후 그곳 마을 사람들의 공동 무덤인 곳을 물어물어 갔는데 마치 가는 길이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깊은 산속을 한참을 올라가니 해골들과 뼈들이 그대로 놓여있습니다. 함께 지냈던 가족들은 모두 한 곳에 나란히 놓는다는군요. 여러 개의 두골들이 나란히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행잉 그래이브라고 나무로 만든 배 모양의 무덤인데 그곳 안에 유골을 넣고 절벽에 매답니다. 쉬느라 잠깐 앉아있었는데.. 살짝 공포스러웠습니다.

케테케수. 민속촌. 

다시 케테케수까지 물어서 걸어갔는데.. 이곳은 작은 민속촌 같은 곳입니다. 많은 그룹 단위의 서양 관광객들이 보이네요. 기념품 가게들도 있구요.

이 지역 사람들의 문화는 어떻게 생각하면 많이 어두워 보이거나 공포영화 같은 느낌이지만 사람들은 참 좋습니다. 마카사르와는 다르게 다들 친절하고 상냥하네요. 숙소도 좋았고 가족들이 모두 친절했습니다. 차도 언제나 마음껏 마실 수 있고 책장에는 우리나라 책도 몇 권 있더군요. Mart's Cafe에서의 식사도 참 좋았습니다. 여행자들은 저녁이면 다들 이리로 모이는 것 같습니다.

이제 여기를 떠나면 또 긴 여정이 시작됩니다. 부나켄을 향해 열심히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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