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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진과 해일 때문에 난리가 아니군요. 저는 잘 있습니다. 걱정하셨던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사실 첸나이의 마리나 해변을 걸어 다녔던 게 23일이었구요. 마말라푸람의 어촌을 밤낮으로 어슬렁거렸던 게 24, 25일이었습니다. 첸나이에 22일 도착해서 바라나시 가는 기차표를 구하는데 애를 많이 먹어서 겨우 25일 오후 기차를 예매해 놓고 (역시 Waiting이었습니다) 마말라푸람을 갔었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기차 시간 때문에 이틀밖에 머물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워서 기차표를 취소하고 한 5일 정도 더 머무르고 싶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그 문제의 해일을 직접 경험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숙소가 바닷가 바로 앞이었거든요. 참 아담하고 좋은 숙소였는데 말이죠.
여기는 지금 연일 티비에 신문에 지진 얘기들 뿐입니다. 다행히도 화는 면했지만 안타까운 일이군요. 첸나이나 마말라푸람 등 인도는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만큼 아주 심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해안가를 중심으로 많은 분들이 희생당했습니다. 스리랑카도 의외로 피해가 심했다고 하네요. 여기 바라나시 도착해서 첸나이에서 오는 길이라고 하니까 다들 다행이라는군요.
첸나이에서 바라나시까지는 40시간이 걸렸습니다. 기차 안에서 이틀 밤을 잤네요. 여름 날씨인 첸나이에서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기차를 탔는데 하루 자고 나니 이틀째부터는 옷을 갈아입었고 둘째 날 잘 때는 침낭까지 꺼내야 했습니다. 인도가 크긴 큽니다.
마두라이는 바라나시를 느끼게 하는 묘한 분위기의 도시였습니다. 남인도의 바라나시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더군요.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스리 미낙쉬 사원에서의 경건함은 잊을 수 없습니다. 수많은 순례객들 사이에서 한참을 앉아있었습니다. 케랄라 주는 상당히 정돈되고 깔끔한 느낌이었는데 타밀나두 주로 넘어오니 다시 북인도로 온 듯한 느낌까지 듭니다. 복잡하고 정신없고.. 그런 와중에 활기차고 생생합니다. 마리암만 때빠꿀람도 방문. 호수인데 미낙쉬 사원에 모셔진 쉬바 신과 파르바티 여신이 1년에 한 번 목욕하는 장소라고 합니다.
첸나이에서는 너무 짧게 있어서 아쉬웠지만 도시 규모는 꽤 커 보였습니다. 인도의 4대 도시 중 한 곳이고 타밀의 주도이니.. 그리고 현대자동차 공장이 근처에 있어서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도시입니다. 마리나 해변을 거닐었고 산토메 성당도 구경했습니다.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무덤이 확인된 제자는 셋 뿐이라는군요. 그중 한 분인 도마가 여기 인도의 첸나이까지 와서 복음을 전했다고 합니다. 왕의 총애를 받는 그를 시기한 무리들의 모함에 의해 사형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 산 토메 상당에 묻혔는데, 실제 무덤이 존재합니다. 16세기 초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가마가 배로 도착해 최초로 인도 땅을 밟았을 때 함께 왔던 성 프란시스 선교회 소속의 선교사들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이 성당을 지었다고 하고 20세기 초에 불에 소실된 것을 현재의 모습으로 증축했다고 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방문했었다는군요.
그리고 그 문제의 해변의 마말라푸람. 지금은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하지만 7세기에는 팔라바 왕조의 해양 군사 기지로서 번영했던 도시였습니다. 특히 7세기에 지어진 해변 사원은 그동안 큰 바위를 깍아서 사원을 만들던 방식에서 석조로 발전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시 사원들인 파이브 라타스는 해변 사원보다 먼저인 큰 바위를 깍아 만든 사원들입니다. 왕조가 망하고 오랜동안 모래 무덤에 덮여 방치되었죠.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되어 보호되고 있습니다.
작은 동네이지만 첸나이의 번잡함을 피해 내려온 배낭 여행자들이 참 많더군요. 여행자 거리가 상당히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해변을 거니는 재미도 있었고.. 돌조각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한가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해변 사원과 파이브 라타스 그리고 그 외 아르주나의 고행, 크리슈나 만다빰, 크리슈나 버터 볼, 바위 위의 등대 등등 하루 종일 유적들과 바위 위를 걸어 돌아다녔습니다. 돌조각의 끝판왕인 사람들이 사는 동네입니다.
첸나이를 거쳐 다시 바라나시.. 역시 바라나시의 기는 강하더이다. 도착하자마자 그동안의 여정들이 까마득 할 정도로 혼란스러우니.. 암튼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꼴까따를 가지 못하는군요.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인데 어이 이리 인연이 안되는지 다음을 위해 남겨두는거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뭐 세상사 다 그렇고 그런것 아닐까요. ^^
걱정하셨던 분들 저는 별 일 없으니 걱정 마시고 다시 생업에 열심히.. 저는 소식 전하러 다시 오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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