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15 쿠리. 낙타 사파리 [인도]

나마스떼..

저녁 늦게 푸쉬카르를 출발해 아지메르, 조드푸르를 거쳐 여기 자이살메르까지.. 서양 애들과 좁은 지프에 끼어 아지메르까지 30분.. 밤공기가 쌀쌀합니다. 밤 11시에 아지메르에서 출발.. 조드푸르에서 잠시 멈췄다가 자이살메르..

시간은 오전 9시 30분. 도착하자마자 서로 자신의 숙소로 데려가려는 삐끼들의 신경전이 대단합니다. 바로 쿠리를 향해 가기 위해 버스 시간을 알아봤으나 다들 묵묵부답이네요. 버스 스탠드 찾아가 겨우 쿠리 가는 버스에 오릅니다. 1시 30분에 출발하여 3시 도착. 쿠리 게스트하우스. 숙소가 앙증맞게 예쁩니다. 그리고 동네 마실 중 어린 친구들과의 시간은 그저 즐거웠습니다. 숙소에서 카멜 사파리에 관한 얘기를 듣고 저녁 먹고 피곤해서 바로 눕습니다.

아침. 어제 밤늦게까지 캠프파이어 하며 놀았던 인도인 가족들 다들 반가이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산책 가잡니다. 아저씨들 셋. 둘은 물병을 들고 나옵니다. 화장실 가는 게로군요. 사막 근처까지 갔다가 사파리 출발 시간 때문에 돌아오니 그들은 사파리를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도인 가족들은 여기 인도의 서쪽 변방인 자이살메르, 그리고 더 서쪽인 작은 사막 시골 마을에 혼자 여행하는 동양인 여행자. 저를 정말 신기해했습니다. 그다지 신기한 일도 아닐 텐데 말이죠.

사파리 출발. 이럴땐 혼자인 게 조금은 아쉽습니다. 다 피운 담배 대신 인도 싸구려 담배 비리 한 뭉치와 생수 건전지 등을 사고.. 물동이를 머리에 얹고 물 기르러 먼 길까지 걸어가는 여인들.. 양들과 염소들.. 사막에서 지내는 사람들.. 블랙티.. 부드러운 모래. 붉게 물드는 석양..

하루 종일 낙타 등에 앉아 있으니 몸이 많이 피곤합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낙타 몰이꾼이 가지고 온 위스키를 함께 마십니다. 별똥별은 보이지 않습니다. 고로 별똥별 보며 생각하기로 했던 많은 사람들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추운 밤 모닥불 옆에서 계속 타고 있는 나무만 뒤척입니다.

모래를 가지런히 파고 이불을 깔고 침낭을 펴고 침낭 속으로 들어가 누워 하늘을 봅니다. 많이 춥네요.

아침에 일어나니 낙타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몰이꾼은 노 프라블럼을 외치고선 찾으러 나서는데.. 30분 정도 지나니 낙타를 어디선가 찾아오더군요. 다시 휑한 사막을 천천히 걷습니다. 사막 한가운데서 몰이꾼의 친구를 만나 점심을 같이 먹습니다. 그리고 쿠리 샌드 듄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막에서의 밤은 확실히 즐길만한 충분한 것이었음에도 저는 지금 쿠리를 떠나 자이살메르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이는 5시라고 하고 어떤 이는 5시 30분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시간은 아무도 모릅니다. 버스가 도착하기 전에는.. 노인 한 분과 빨간색 끈으로 묶인 큰 짐 하나 그리고 아주머니 둘과 어린 꼬마.. 앞으로 1시간 30분의 동행이 될 것입니다. 저는 다시 쿠리에 올 수 있을까요..

5시라면 20분 남았고 5시 30분이라면 50분 남았습니다. 사실 버스가 안 오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하루 더 지내고 가면 되는 것을..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서 버스가 안 오기를 바라는 이 알 수 없는 마음은 도대체가.. 알 수 없네요. 

자이살메르 쪽에서 버스가 옵니다. 곧 이 버스가 다시 돌아올 겁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서둘러 마을로 향하고 사막의 바람은 차갑고 모래들은 쉼 없이 움직입니다. 밤은 길고 끝이 없습니다.

쿠리 게스트 하우스.

쿠리 마을 풍경. 

사파리 낙타 몰이꾼의 집.

사막의 염소들과 함께..

사파리에서 만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