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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2003.10.16 안나푸르나 라운딩 17일

Soul Kitchen 2020. 10. 31. 18:48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17일.
- 푼 힐 - 고레빠니 - 치트레.

새벽 4시 30분. 일어나서 주섬주섬 털모자며 카메라 렌턴 등을 챙기고 있으니 창문 밖에서 '아저씨' 하하.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저씨라는 호칭이 어색하긴 하지만 얼른 내려가 일행 셋과 함께 깜깜한 새벽을 가르며 푼 힐을 오릅니다.

쏘롱 라 오를 때의 새벽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여기 푼 힐은 트레커들이 아주 많습니다. 렌턴을 안 가져가도 될 정도. 여전히 힘들게 푼 힐을 오르는데 한걸음 한걸음 오를 때마다 오늘 볼 일출에 대한 기대로 설렙니다.

푼 힐 도착. 벌써 많은 트레커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날씨가 상당히 추웠지만 견딜만 합니다. 밀크티 한잔으로 추워진 몸을 녹입니다. 한참을 기다려 멀그스무레하게 산 봉우리들이 붉어지는 순간 트레커들의 환호성과 다들 사진 찍느라 여기저기 바쁘네요. 일렬로 늘어서 있는 많은 산들이 오른쪽에서부터 하나씩 붉게 물들어갑니다. 한참을 푼 힐에서 있다 보니 다른 트레커들 하나둘씩 내려가고.. 저도 천천히 내려옵니다.

푼 힐 에서의 일출.
푼 힐 에서의 일출.
푼 힐 에서의 일출.

한국인 세 명중 두 명은 제가 온 길인 따또빠니를 향해 갈 거고 다른 한 명은 여기 고레빠니에서 하루 더 머물다가 간드룩으로 갈 거라고 합니다. 저도 간드룩으로 가는데.. 여자분 혼자 간드룩으로 가는 게 걱정된다고 내게 일정이 여유 있으면 하루 더 있다가 함께 내려갔으면 하네요. 잠깐 고민하다가 어차피 바쁜 것도 아니니 그럼 치트레에서도 간드룩으로 가는 길이 있으니 치트레에 가서 하루 묵자고 제안합니다. 다들 좋다고 해서 얼떨결에 치트레 뉴 다울라기리 롯지의 삐끼 노릇을 하게 되는군요.

치트레에 도착하니 여기 식구들은 다들 너무 좋다며 고맙다고 하는데.. 쑥스럽지만 저 또한 치트레에 정이 많이 들어 다시 하룻밤을 더 지내게 되니 좋습니다. 치트레의 롯지 아줌마는 내년에 꼭 다시 보자고 하고 어제 헤어졌는데 하루 만에 다시 나타나니 많이 반가워합니다. 거기다가 손님 셋까지 함께 오다니..

고레빠니에서 치트레까지 한 시간 만에 내려와 오늘도 여유롭습니다. 빨래도 하고.. 햇빛 아래 느긋하게 낮잠도 자고.. 내일 간드룩으로 가는 길이 만만치 않음에도 지금은 그냥 좋습니다.

오후가 되니 따또빠니에서 올라오는 트레커들 몇이 숙소에 도착합니다. 그중 일본인 부부. 아저씨 아줌마라기 보단 할아버지 할머니라 할만한 나이인데 성격 좋아 보이는 부부입니다. 아저씨는 도착하자마자 맥주부터 찾습니다.

우리 일행은 오늘 짧으나마 산에서 만난 인연으로 내일 해어짐을 위해 락시 한잔 하기로 합니다. 일행이 주방을 빌려 라면을 끓이고 락시를 주전자 체로 주문해서 술을 마시니 옆자리의 일본인 아저씨는 역시 한국인은 술 많이 마신다며 한마디 하는군요. 그리고 한국을 여행했던 얘기도 하십니다. 얼떨결에 김을 드렸더니 '오이시'를 연발. 술은 우리가 더 많이 마셨는데.. 아저씨가 먼저 취했습니다.

옥상에서 맥주를 마십니다. 밤공기는 너무 시원하고 별은 아무리 봐도 지겹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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